나산면에는 금창 이발관이 있습니다. 상호가 '금창까꼬방'입니다.
지난 50년동안 이발소를 운영했던 '금창까꼬방'의 최칠권 사장을 만나 여러 에피소드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 봤습니다.
●이 이발소 운영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45년 되던 해, 아버님이 시작하셨어요. 아버지께서 만주에서 돌아오셔서 시작하셨습니다. 그 후 둘째형님이 하시다가 제가 한지 50년 됐습니다. 저는 73년도 2월에 이발을 배웠습니다. 둘째형님한테 2년 배웠지요.
아버지 때 부터 이발소 문 연지가 77년째. 곧 80년이 되어 갑니다.
●아버님이 만주에서도 이발소를 운영하셨나요?
44년까지 만주에서 이발소를 하시다가 해방되기 직전에 여기로 오셨어요. 여기 오셔서 45년도 해방 되던해 이발소를 차렸습니다.
●이발소 명칭은 그대로입니까?
네, <금창> 이 이름은 똑같습니다.
●금창 이름이 자녀 이름인가요?
아니예요. 금창(今創) '이제 금'자 '창업할 창'자, 이제 창업한다. 다시말해 '지금 창업하듯이 초심을 잊지 말고 일하자.' 이런 뜻으로 아버지께서 작명하셨어요.
● 둘째 형님한테 이발을 배웠다고 하셨는데 형제간은 몇명인가요?
칠형제예요. 제가 막내입니다. 그런데 모두 남자 형제간들입니다. 아버지는 4대 독자셨어요.
●연세는 몇이세요?
머리만 하했지, 몇 살 안 먹었어요. 예순여섯 먹었어요. 학교를 일찍 가서 예순일곱하고 친구하고 지냅니다. 저는 세상을 낙천적으로 살아요.그래서인지 주름살이 없습니다. 속아지가 없어요.ㅎㅎ
●건강은 어떠세요?
간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술을 어지간히 먹었어야지요. 술 하면 함평에서 나 아는 사람들은 다 내 얘기를 할 정도입니다.
지금 겉으로 보면 안 아픈 사람 같지요? 수술 끝나고 3개월정도나 얼굴살이 좀 빠졌을까요.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그럴려니 하고 살아서 그런지 금방 좋아졌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제가 아픈 사람인지 잘 몰라요.
▲최칠권 사장의 회갑무렵 모습
●지금 함평군 면소재지 중 나산이 예전과 비교하면 가장 빠르게 쇠퇴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나산에서 살아오셨으니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다 사그러들데요. 제가 알기로 나산면 인구가 많았을 때는 1만7천명~1만9천명이 넘었다고도 해요. 그때 당시 나산면 초등학교 학생수가 3천400 ~3천500명 정도 되었고요. 비교해 보면 지금 나산면 인구수가 옛날 초등학생 인원도 안 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초등학생 수가 나산초등학교 본교가 1천460명. 나산서교가 600 몇 십명, 이문초등학교가 800명 정도 되었어요.
●이문초등학교가 있었어요?
네 이문리에 있었던 학교입니다. 이문초등학교 20회가 우리 동창이예요. 아마 1회 졸업생이 85~86세 정도 될거예요. 학교자리는, 지금 '하늘소 가든'이라고 있잖아요.거기여요. 지금 식당 하고 있습니다.
●이발소 손님은 어때요?
한해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이 10분이 돌아가신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략 그 정도 돌아가셔요. 숫자상으로 1년에 10번 이발한다면 10년이면 1천번 이발을 못하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나산면에 이발소가 17군데였어요. 17군데 다 이발해서 먹고 살았어요. 평일에도 손님들 이발하느라 점심을 오후 2~3시에나 먹었어요. 장날 같은 날은 아예 거르기도 하고 4~5시쯤이나 겨우 먹었어요. 지금은 아까 보셨듯이 이발 한 사람 하고나면 빈둥빈둥 놀아요.
예전에는 연세드신 분이 돌아가셔도 젊은 사람들이 이발소를 찾아오니 손님이 연결되었는데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요.
가끔 텔레비전에 우리 같은 이발소가 소개 될 때 되면 참 못마땅합니다. 왜냐면 면도 할 때 위생상 일회용 면도기를 쓰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같은 면도기 쓰는 걸 보여주고, 느닷없는 연탄불 피워 뜨거운 물 부어주어요. 조로로 물 부어 가면서 머리 감기는 걸 보여주고요.
나이 먹은 사람들은 옛 추억에 젖지만 젊은 사람들은 안 그래요. 이런 영상 보고 젊은 사람들은 이발소는 '에잇 촌스럽고 미장원은 신식이다' 이리 생각해버려요.
●요즘 도시에서는 '바버샵'이라고 남성 이발관이 인기입니다. 가격도 2만~3만원 비싸게 받구요.
저도 바버샵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함평에 이발하시는 분들은 다 베테랑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발을 업으로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저는 도시에 바버샵에서 이발하는 걸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실력이나 경력은 우리 함평 이발관 이용사들이 전혀 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금창 이발관을 나서는데 나산면 소재지 상공에 제비 예닐곱 마리가 날아다녔다.
그 중 제비 한 마리가 '금창이발소' 출입문 앞 담배표지판에 앉았다.
제비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데 '웬 제비일까?'
머지않아 나산면과 '금창까꼬방'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