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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의 추억] 송아지야! 송아지야! 오늘도 나 좀 태워줘-모평마을 윤형규씨:함평방송

[사진 한 장의 추억] 송아지야! 송아지야! 오늘도 나 좀 태워줘-모평마을 윤형규씨

채록 윤영 기자

윤영 기자 | 입력 : 2021/12/31 [15:42]

 

 

우리 집은 할머니를 모시고 9식구가 살았다. , 고양이도 늘 우리와 함께 살았다.

가끔은 돼지, 오리도 키웠고, 닭은 아예 온 마당을 헤집고 다니게 놔두었다.

 

농사가 많은 우리 집은 안마당에 커다란 창고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대문간에 딸린 공간에는 외양간까지 있었다. 늘 소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안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측간이 있었다. 밤에 마당을 지나 볼 일을 보러 갈 때면 너무 무서웠다. 참다참다 못 참겠으면 급히 방문을 나서 변소로 가는데 그때마다 외양간을 지나가야 했다. 잔뜩 무서워 일부러 소에게 나는 말을 건내곤 했다. 그 때마다 울음으로 대답한 소가 얼마나 고맙든지.

 

6남매를 키우시는 어머니는 소가 큰 밑천이었다. 소를 애지중지 아끼셨다.

언니, 오빠 등록금을 낼 때가 되면 소를 팔았다. 우리들은 소가 학비를 마련해주는 고마운 짐승이라는 걸 어릴 때 부터 알고 자랐다.

 

소 밥을 줄 때는 온갖 신경을 써서 먹이를 주었다. 탈 없이 자라게 계절에 맞게 정성을 다 해 보살폈다. 언니와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소 깔을 베러 다녔다. 리어카를 끌고 들로 산으로 가 열심히 소 깔을 베었다. 그러다가 무서운 독사도 많이 보고 낫으로 손도 벤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겨울에는 볏짚을 노적가리 해놓은 걸 작두로 썰고, 누까를 섞어 따뜻하게 끓여 여물을 소에게 먹였다. 냄새가 너무 맛있게 나서 우리들도 먹고 싶을 정도였다. 눈을 굴려가면서 여물을 먹는 소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웃음을 지었었다.

 

그런 소가 송아지를 낳았다. 온 식구들의 관심이 송아지에게 쏠렸다. 내 동생은 유독 어린 송아지를 예뻐했다. 풀도 집어주고, 볏짚도 주고 몸에 묻은 오물도 뜯어주었다. 연신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들이고 산에 가서 뒹굴고, , 고양이와도 잘노는 아이라 내 동생은 송아지도 저와 놀아줄 거라 생각했던지 송아지를 안고 등짝에 올라타고 하였다.

 

그런데 송아지가 점점 커가자 할머니께서는 손주 다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송아지에게 코뚜레를 만들기 위해 임천 산에 가서 아버지께서 다래나무를 베어왔다. 잘 말린 다래 나무를 송아지 코 속으로 집어 넣어 둥그렇게 매듭을 지었다. 코뚜레가 완성된 것이다. 소가 너무 슬프게 울어서 그 날 동생도 같이 덩달아 울었다. 송아지 아프게 하지 말라고 악을 써 대기도 했다.

 

유난히도 송아지를 좋아했던 소띠 동생은 지금 대학생 둘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소처럼 우직하게 잘 살아가는 내 동생!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생각난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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