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두산 여행기-5 (마지막 회)

최창호 대표기자 | 입력 : 2024/05/31 [12:45]

백두산 천지에서 내려와 베이스캠프에 해당하는 건물에서 우리는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백두산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꿀맛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천지를 보고 온 우리 일행들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백두산 천지 아래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우리 '함평천지사람들' 여행단은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우리를 향해 공안이 달려 왔다.

  

천지에서 단체 사진을 못 찍었으니 여기서 단체사진을 한 컷 찍읍시다

 

우리는 모두 백두산 정상을 뒤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 "현수막을 펼쳐들고 찍자"라고 하니까 "중국공안들이 보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먼저 현수막 없이 한 컷 찍고, 그 상태에서 얼른 현수막 펼쳐들고 찍으면 되지라고 말하였다. ”대치나 그럽시다우리는 자연스럽게 단체사진 한 컷을 찍었다. 그리고 현수막을 펼쳐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팔뚝에 완장을 찬 사람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공안이다. 공안 와요

  

내가 소리 쳤다. 우람하게 생긴 공안이 현수막을 거칠게 뺏어 갔다. 중국말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우리는 손을 휘저었다. 가이드도 어느새 어디로 도망쳤는지 보이지 않았다.

  

현수막을 펼쳐들고 사진을 찍는 게 안 된다는 건 우리가 생각했을 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우리가 펼치고 사진 찍은 현수막에는 중국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백두산이 우리 대한민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글을 쓴 것도 아닌데 중국 정부는 현수막을 펼치고 사진 찍는 그 자체를 금지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해당하는 개인, 단체, 가이드에게 큰 액수의 벌금을 내게 하거나 심지어는 구속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날 핸드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으니 핸드폰을 압수하여 사진을 분석할 수도 있을텐데 다행히 핸드폰은 뺏앗지는 않았다. 아마 공안이라는 사람이 우리가 현수막을 펼치기 전에 본인이 먼저 현수막을 뺏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에다 사진을 찍었던 우리 가이드가 공안이 나타나자 줄행랑을 친 것도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이 일이 끝나게 된 큰 요인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우리는 알았다.

 

이도백하로 내려와 이틀전 들렀던 식당에서 우리는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토종 된장국에 백반이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된장국다운 된장국이었다. 거기다 첫날 백두산 아래 첫동네 내두산에서 맛보았던 산나물이 우리 일행들이 맛있다고 말한 걸 잊지 않고, 30여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내두산에 사는 임명일 씨가 산나물을 공수해 왔다. 백두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맛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똑같은 곰취나물이더라도 그 향이 더 진하다. 된장국에 산나물 무침에 배불리 밥을 먹고 다시 우리는 연길로 향하였다. 연길에서 마지막 밥은 양꼬치에 가볍게 술 한 잔씩을 하였다. 2차로 노래방도 들렀다.

 

▲ 연길 새벽시장은 수상시장이라고도 부른다. 물이 흐르는 천변가에 ㄱ자 형태로 건물 지하에 해당되는 공간이 시장이다. 어림잡아 시장이 형성된 거리가 500m가 넘는 듯 했다. 

  

▲ 연길 수상시장에는 김치, 떡, 순대 등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음식을 비롯하여 온갖 과일이 이른 새벽부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25일 마지막 날 새벽 430분, 우리 일행들에게 아침에 맛보게 할 과일이며 먹을 것을 사고 새벽시장 구경도 할겸 해서 연길 수상시장을 가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물 위에 시장이 아니라 물가에서 열리는 수변시장이었다. 명태껍질에 밥을 둘둘말은 명태순대를 나는 처음 먹어보았다. 거리에서 안마를 해주는 안마사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서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 김밥, , 막걸리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더 다양한 과일이 비교적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들린 연길 서시장은 우리나라 평화시장과 같은 그런 느낌의 시장이었다.

 

11시경 우리는 연길공항으로 이동하였다. 21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무안공항을 출발했던 다른 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천지를 못 봤어요“ ”두번이나 간다고 갔어도 못 봤어요.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못 올라갔고, 두 번째는 비가 좀 내려서 갔는데 안개가 쫙 끼어서 제대로 못 봤어요

 

우리 일행들은 핸드폰을 꺼내들고 천지를 못 봤다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패키지로 왔던 사람들은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다보니 처음 우리 일행처럼 바람이 불어 천지에 못 올라갔고 비 오는 날 3일째 되는 날 올라간 모양이다. 하지만 이날 안개가 끼어서 천지를 볼수가 없었다고 했다. 비행기를 탄 200여명중 22명인 우리 함평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3대가 덕을 쌓은 사람들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무안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지도자들이 해내야 할 몫이 얼마나 크고 막중한가?' '우리 선조들이 평정했던 이 광할한 대륙, 이 곳을 어떻게 되돌려 놓을 것인가?'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비행기는 어느새 함평 상공에 들어섰다. 발 아래 모악산 자락을 지나가니 빛그린산단이 잠깐 보였다. 비행기는 목포 앞바다를 돌아 무안 망운을 향했다.

 

▲ 무안공항 상공에서 바라 본 서해안  

  

하늘에서 바라 본 함평, 목포, 무안. 나는 '전라남도 서남권에서 이제 우리 함평이 축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공항이 있는 망운면은 곧 있으면 KTX무안공항역이 생긴다. 지금까지 함평에서 나주역이나 송정리역을 이용했던 우리 함평사람들은 이제 무안공항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망운, 현경으로 해서 함평으로 들어오는 815, 24번 도로 정비는 미리미리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이용하기 편하게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동남아 여러 나라 사람들이나 중국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왔을 때 공항에서 우리 함평군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감방산에서 바닷가쪽으로 공항 배후도시라 할 수 있는 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게 전라남도, 무안군과 함께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우리가 나설 필요가 있다. 공항을 통해 함평으로 들어오면 먹고 잘 수 있게 호텔, 리조트 시설도 적극 유치하고 골프장과 같은 시설도 지금보다 함평관내에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미래의 동남아, 중국인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고 지리적으로 무안공항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들어오는데 유리한 관문이 되리라 본다. 행정구역상 무안공항이지만 함평공항이 되도록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함평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평의 미래를 크게 그릴 필요가 있다.

   

무안공항에 도착하니 우리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백두산 천지를 보고 왔다는 만족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권위 가득한 중국 공안들과 표정 없는 연길공항내 직원들만 보다 친절하게 대하며 미소 짓는 우리 공항 직원들을 보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함평천지 사람들과 함께 백두산 천지를 향한 이번 천지에 천지를 더한 백두산 여정, 나는 4박 5일동안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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