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두산 여행기-4

최창호 대표기자 | 입력 : 2024/05/30 [11:49]

우리가 함평을 출발하기 전에 알아본 백두산의 날씨는 4박 5일내내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2일째 되는 날, 백두산 정상을 오르기로 한 22일은 맑은 데 거의 태풍급에 해당하는 바람이 불었었고, 3일째 되는 23일은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가 영 맞지를 않았다.

 

▲백두산 천지를 향하는 곳곳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그래도 일기예보를 계속 들여다 볼 수 밖에. 23일 밤에 들여다 본 백두산 지역의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다. 오후 6시쯤에나 구름이 끼는 정도였다. 24일 아침에 다시 들여다 보니 오후 1시경에 구름이 낀다는 예보로 바뀌었다. '12시 전에 백두산에 오르니 잘 하면 구름 없는 맑은 날씨이겠다'는 희망을 갖었다. 

 

아침 7시경 우리는 연길에서 백두산과 가까운 이도백하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이동하였다. 한번 다녀 온 길이라 풍경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2시간여를 달려 백두산를 본격적으로 오르는 장백산 환승센터에 도착하였다.

 

이틀전 바람 때문에 백두산 천지가는 길이 막혔기에 차에서 내리자 마자 나뭇가지의 흔들림을 나도 모르게 쳐다봐졌다. 다행이다. 이틀전보다 흔들림이 거의 없다. ‘됐다. 볼 수 있겠다’ 이제 믿음이 생겼다.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하였다. 귀가 먹먹해지고 버스에서는 "장백산 뭐라고 뭐라고" 중국말로 해설을 한참을 하였다. 평소에 느끼는 것이지만 영어 한두 마디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영어 단어 몇 마디로 소통을 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영어 한두 마디가 전혀 먹히지가 않는다. 그들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대국이라는 그들만의 자존심이 있어서 영어를 듣고도 모르는 척 답을 안 하는지 정말로 영어를 전혀 모르는지 의아스러울 때도 있다. 통일에 된다면 연변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중국인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길공항과 무안공항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함평사람들에게는 내 집 앞마당에서 대륙으로 향하는 도로가 놓여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생각으로 무안공항을 우리 함평공항으로 생각하고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평소 생각이 다시 들었다. 1914년 이전까지는 지금의 무안공항이 들어선 지역이 엄연히 함평땅이 아니던가!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까지 이동시켜 줄 승합차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이 좁기에 여기서부터는 큰 버스로의 이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먼저 개발했다는 이곳 북쪽 길로 백두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평일인데도 줄을 길게 섰다.

 

▲ 백두산 천지를 향해 오르는 승합차    

  

드디어 승합차에 올랐다. 구불구불 몇차례 돌아돌아 백두산을 향해 가는데 '만병초'라 불리는 꽃이 피어 있다. 흰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노랑색도 아니다. 고산식물인 만병초를 백두산에서 보니 온갖 병을 고치는 식물이라는 뜻일 만병초가 신비롭게 보였다. 나무껍질이 너덜너덜거리고 세찬 바람에 나무 아래가 ㄴ자 모양이 된 서스레나무군락지가 백두산을 오르는 차창 너머로 보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동식물, 돌멩이 하나하나가 백두산이기에 신기하고 신비롭게만 보였다.

 

어디쯤 올랐을까? 이제까지 차창 너머로 보이던 꽃이고 나무며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냥 '휑'하다. 추위에 제대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지대를 승합차는 '헉헉'대고 오르고 있었다. 굽이굽이 차가 돌 때면 지금까지 올랐던 아래 풍경이 마치 푸른 바다처럼 펼쳐져 보인다. 하늘나라가 있다면 천상을 올라가는 그러한 기분이 들려고 할 때였다. 큰 건물 한동이 눈에 들어 왔다. 한눈에 봐도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하는 건물로 보였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어느새 승합차는 이곳 베이스캠프 주차장에 들어섰다.

 

▲ 백두산 베이스캠프    

  

백두산 천지 아래 주차장에 내렸다. 바람이 쌩쌩하니 부는 게 이건 겨울바람이다. 나도 모르게 점퍼에 달려 있는 모자를 뒤집어썼다. 개미들은 왜 1자로 서서 이동하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앞에 가는 개미가 가는 길이 안전하다고 여겨서 그러리라. 천지를 오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1자 대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앞 사람이 가는 발걸음을 따라 걷다보니 저 아래 승합차를 타고 올라온 길이 아득하다. 승합차는 사람들을 싣고 내려가기도 하고 부지런히 정상으로 올라오기도 하였다. 어림잡아 봐도 이날 11시경에만 해도 수백 명이 백두산 천지를 향해 오고 가고 있었다.

 

▲ 백두산 천지에 올라선 24일은 구름 한점 없었다. 바람도 잠잠하여 우리는 오랫동안 천지를 바라보았다.    

  

▲ 백두산 천지 북쪽 방향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저 남쪽 방향 천지는 북한 땅이다.  

 

! !”소리와 함께 언니 여기 나 좀 찍어 줘” “빨리 찍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천지다. 드디어 내 눈에도 백두산 천지가 눈에 들어 왔다. 천지가 주는 경이로움 이건 아무리 말을 잘 하는 사람도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한순가 입을 다물게 하고 한참을 글을 쓸 수 없게 하는 모습이다. 하늘에 연못, 천지는 장엄했다. 한쪽에 얼음이 녹지 않은 모습의 천지는 깨끗한 물색이다. 가까이 있다면 한 바가지 퍼서 마시고 싶을 정도로 멀리서 내려다 보이는 천지의 물은 깨끗했다. 안전을 위해 쳐 놓은 줄을 뒤로 하고 수백명이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혼자서 찍는 사람, 둘이서 혹은 너댓명이 천지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웬걸 바람이 불지 않는다. 바로 아래 베이스캠프 주차장에서 내려 계단을 오를 때만 해도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었는데 막상 천지를 내려다보는 순간에는 바람이 잠잠해졌다. 구름 또한 한점이 없었다.

 

양규창 PD가 윤동주 생가에서처럼 이번에도 쑥 카메라를 내밀었다. 바로 생방송을 하라는 신호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 말을 할지 준비를 좀 할 걸, 아니다. 준비를 했어도 이미 내 머리는 천지의 신비롭고 장엄한 광경에 하얗게 되어 버렸을 것이다.'

 

▲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오고가는 사람들    

  

이날 천지 모습을 담아 내보내는 생방송은 길게 할 수가 없었다. 계속 밀려오는 사람들이 호시탐탐 천지가 잘 보이는 명당 자리인 내가 서 있는 곳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천지 반대쪽으로 이동하였다. 마침 류중권 함평방송운영위원장이 서 있었다. 말문이 막힌 나는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카메라의 시선을 류중권위원장에게 돌렸다. 류위원장도 감격에 겨운 듯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만세까지 불렀다.

   

▲ 백두산 천지를 보고 류중권 함평방송운영위원장이 기쁨에 겨워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렇다. 천지를 본 우리는 너무도 기쁘고 행복했다. 만세도 부르고 춤이라도 추라면 출 그런 기분이었다.

 

 

 ※나의 백두산 여행기-5는 계속해서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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