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문장시장 지키고 싶어요.”

김점순 함평의류 대표

조영인 기자 | 입력 : 2024/03/04 [09:12]

▲ 함평천지전통시장과 문장꽃무릇시장 함평의류 대표 김점순씨 부부    

 

대부분 사람들은 세월에 따라 연륜이 쌓이고 경험으로 인해 습득한 삶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가는 생업 전문가들이나 다름없다. 삶을 향한 눈부신 고군분투에서 각기의 빛나는 생의 규정은 꿰뚫어 보면 언제나 하나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함평내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57년생 김점순씨는 무려 43년이 넘는 세월을 함평군 내 대표 시장들과 무안 일로장을 오가며 생계를 책임진 분이다. 함평 나산면 태생으로 같은 함평 토박이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그 후에도 함평을 벗어난 적 없다. 장기간 남편과 사업을 했지만 현재는 슬하의 아들이 합류하여 3명이 팀처럼 일한다.

 

브랜드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지역 내 보세 의류들이 건사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발품을 팔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 홈 쇼핑은 손가락으로 클릭하거나 전화 한 통만 하면 우리 집 앞으로 편히 물건을 제공받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쇼핑 매체가 선사하는 편리성을 기꺼이 포기하고 옷이라는 물성을 직접 보고 살피면서 자신에게 찰떡인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본인의 발걸음을 아끼지 않은 이들 역시 굳건히 건재한다. 김점순씨의 세 가게 점포가 맞물려 생계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로 치환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요새는 동대문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장사하는 이들이 핸드폰으로 거래처의 사진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면 옷을 곧바로 점포로 받을 수도 있다. 도매 과정의 축소를 이루는 시스템의 범람에도 김점순씨 가족은 직접 서울 동대문으로 물건을 하러 간다. 동대문이라는 공통 목적이 있는 장사꾼들이 광주에서 쇼핑차라고 통칭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동대문으로 간다.

 

동대문을 다녀오면 김점순씨 가족은 고객에게 선보일 의류를 일일이 정리한다.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실망을 끼칠 수 없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취향을 고려하여 수많은 옷을 발굴한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며 김점순씨의 안목도 무시할 수 없을 것. 직접 사입을 하러 가는 주기는 짧으면 5, 길게는 10일에 한 번이다. 함평군 대표 시장 위주로 장사를 하지만 인근 무안 일로장까지 포함하여 세 곳의 점포가 있다고 보면 된다. 주요 이동 수단인 트럭에 옷을 한가득 실은 후 각 시장으로 가져가 좁은 규모의 가게의 한계를 보완하여 옷을 판다.

 

특히 3, 8일장이 열리는 해보면 문장장에 위치한 김점순씨의 점포는 천막을 지붕 끝에 매달아서 다른 건물로 연결해서 공간을 연장하는 절차 선행이 필요하다. 포장을 요구하는 경우에 외부에서 운영되는 문장장의 특성상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이면 장사하기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날이 좋지 않은 날은 장사를 건너 띄기도 한다. 이번 2023년도는 문장장은 새로운 방향으로 에너지를 분출한 해였다. 해보면 상권활성화를 위한 소소한 공연과 시장축제를 기획하여 상생상가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다.

 

한 시장이 흥망성쇠를 겪고 부흥을 위해 도약하는 현모습을 바라보니 김점순씨는 문장장시의 성황을 머리로 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약 20년 전이다. 당시 함평 내 왕골돗자리의 입지가 상당했으며 전국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함평 왕골돗자리의 명성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도였다. 전성기의 문장장을 지금의 개념으로 이해해보자면 장에 구역이 나눠 운영되었다. 돗자리전, 돼지전, 소전 등 현존하지 않은 밥집들까지 더해진 모습, 사람이 즐비한 거리에는 현재의 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전성시가 선명히 떠오르는 화려한 과거의 추억이다. 활발한 분위기를 주도하던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대체할 마을 젊은 층 부재의 심화로 세대교체가 온전히 될 수가 없었다. 옛 명성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비단 문장장만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문장장의 전성기는 곧 왕골돗자리의 전성기와 맞물려 있어요. 그만큼 돗자리전 규모가 크고 해보면에는 왕골 돗자리 공장도 있어서 이 거리가 엄청 북적였어요. 근방에서 장사를 하니까 그때의 문장장은 살림살이에 보탬은 됐어요. 함평천지전통시장이나 무안 일로장은 읍내에 속하는 장이라 여전히 소소한 밥벌이 정도로는 벌 수 있지만 문장장은 그렇지 못해요. 이런 이유로 문장장의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이 반갑네요. 이 기회로 장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해산물이나 신발 종류 같은 없는 품목을 보강하는 거지요. 예전에는 축산하는 분들도 많아서 집에서 키운 돼지가 새끼들을 낳으면 그 돼지 새끼들까지 시장에서 팔고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전혀 상상조차 안되는 생경함일 거예요.”

 

우선을 따지고 벌이가 적다고 한들 김점순씨 가족은 날씨로 인한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함평 문장장도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일터이다. 3, 8일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함평천지전통시장은 2, 7일장, 무안 일로장은 5, 9일장이 들어선다. 간단하게 일주일을 7일로 환산해보면 세 곳의 시장을 다 참석했을 때, 대강 6일을 장사하는 것이 된다. 위 방식으로 점포를 운영한지 40년이 넘는 인고의 과정에는 김점순씨 내외의 태생적 부지런함이 전제가 따라온다.

 

오래 전에는 나산면에서 개최하는 시장에서도 장사를 했으니 말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며 다 키운 아들도 어느새 중년이 되어 가는 나이가 되었으니, 중요한 것은 그들은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으며 바로 부지런함의 증거이다. 둘은 우리가 되어 자연스레 작은 가업이 된 셈이다. 먹고사니즘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생의 관심사라서 생을 지속하기 위해서 일을 놓고서는 살 수 없다. 누군가는 자기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잘하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또 제 삼자는 그저 먹고 살고 위해 적당한 직업을 우연히 선택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삶의 규칙성을 찾아보면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모양새로 저마다의 인생이 굴러간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 해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김점순씨가 살아온 세상과 차원이 다른 선택의 범람에 허덕이는 직업생태계에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작은 희망은 우리의 인류가 지속되는 한 모든 세대를 통관하는 의식주 (衣食住)는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점이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휩쓸리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직업이 여과된다 한들 저 세가지는 남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김점순씨 가족이 행하고 있는 삶이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 롭다.

 

남편이나 저나 칠순 넘어 일할 수 있다 해도 그저 찰나의 시간 연명이겠죠. 그렇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고 싶은 바람이죠. 그 뒤에는 아들이 잘해줄 거라 믿고요. 분명 체력적으로 힘든 점도 있지만 세 명이 머리 맞대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몸의 피로가 동반되는 일인 만큼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아들 모두 서로 건강 지키며 행복하게 우리의 속도로 계속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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