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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보안관, 주차단속요원 임유택 님:함평방송

우리동네 보안관, 주차단속요원 임유택 님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펼치는 봉사활동으로 인생 2막이 즐거워요”

조영인 기자 | 입력 : 2023/03/03 [16:34]

 

 

교통정리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고요. 요즘 복지의 추세가 노인에 초점이 맞춰지잖아요. 앞으로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노인복지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외적 에너지를 선량한 방법으로 남을 위해 표출하고 싶어요

 

안온한 일상을 선사하고 하루를 순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섬세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묵묵하게 일하는 이. 사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지날 수 있다. 딱히 거슬리는 것 없이 어떤 불편함도 감지하지 못하고 이동하는 자유 역시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일종의 덤 같은 하루,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큰 행운을 얻어온 것이다. 우리가 만약 교통을 방해하는 어느 물체 때문에 사고가 난다면? 그 하루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불행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신의 출근시간 보다 1시간 30분을 먼저 출근해 주차금지권 정리 정돈을 임유택 님이 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단체 소속으로 9개 읍면 총괄 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벌써 4년이나 됐지만 이보다 더 오래 맡아온 선량한 역할이 있다. 함평군 교통과에 소속된 계약직으로서 함평읍 인근 상가 1200여 개가 모여 있는 곳을 오가며 상가지역의 교통정리를 하는 주차 단속 요원이다. 무려 2016년부터 꾸준히 한 업이니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빛나는 성실함을 가진 임유택씨는 함평 엄다면이 고향이지만 쭉 함평에서만 생활하진 않았다. 객지로 나간 후 한전 지중화공사 하청 업체로 안산에서 17년 일했고 1998년도에 귀농했다. IMF에 접어들며 회사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사업을 먼저 정리한 것은 다행인 일이긴 하지만 함평으로 옮겨온 데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소중한 가족의 건강 악화였다.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의 건강이 나빠지셨는데 당시 상황적으로 여건이 되는 그가 형제를 대표해서 모셨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고향 함평으로 왔다. 그때는 직원 7명을 둔 어엿한 회사 대표이었기 때문에 사업을 정리하는 게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다. 본인의 명의로 차가 두 대 있었는데 한 대를 제일 연로했던 직원에게 조건 없이 양도했다. 사장보다 연장자로 옆에서 오랫동안 합을 맺어온 인연이기에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된 직원을 위한 대안은 필요하다는 책임감이었다.

 

젊은 직원들은 어딜 가더라도 다른 회사를 구할 만한 기회가 있겠지만 그 당시 나이로 이미 예순다섯인 직원에게 무작정 그만두세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동안 도와 일해 온 정 때문에 인간적인 도리는 다해주고 싶었다. 사업체를 이끄는 대표로서 혼자만의 경제적 취득을 욕심내서는 안 됐고 늘 가족처럼 곁에서 살길을 도모해주는 직원들 덕으로 여기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함평으로 내려와서도 성실함이 생래적(生來的)인 성격인 터라 함평 산불감시원 3개월 코스를 배우게 됐다. 3개월은 워낙 짧은 기간이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그해는 유독 눈이 많이 왔고 그로 인해 산불에 대한 감시가 뜸해졌다. 그 시기에 교통과 소속의 계약직 공고가 떴다. 기간제 모집으로 두 명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접수를 했다. 그 이후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빠지지 않고 두 명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길을 보면 주차 금지 표지판이 많이 세워져 있다. 저녁에는 취객들 때문에 거리에 흐트러져 있거나 넘어져서 깨지는 경우도 많다. 거리의 깔끔한 인상을 위한 심미성을 위해서라도 올바르게 옮겨놓거나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필수적이라 느꼈기에 먼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시작하게 됐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출근하는 선택을 감행한 이유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선행 후 본업인 교통정리 업무를 시작한다. 본인의 일에 대한 희열감은 출근하는 분들이 문제없이 주차하는 모습을 볼 때 고조에 다다른다. 출근하는 분들의 상쾌한 기분이 밤새 강풍에 또는 취객들의 발길질에 넘어져 있는 표지판 때문에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매일 조기출근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성실함을 늘 지켜보았던 주민들이 그를 우리동네 보안관이라는 애칭을 만들어 주었다.

 

일을 시작한 초창기 2년은 엄청 힘들었죠. 멱살도 잡힐 뻔한 적도 있고요. 근데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처하게 되니까 마음이 편해요. 상대방이 화낸다고 감정적으로 똑같이 되받아치면 싸움만 나더라고요. 일단은 그 사람이 화를 풀 때까지 놔두고요. 그 후에 제가 말씀을 드립니다. 하실 말씀 다 했습니까? 감정을 제거한 채 묻게 되면 화낸 당사자도 더 할 말이 없어요. 그때 제가 답변을 해요. 경우가 이러이러하고 법이 이런다. 본인의 행동을 봤을 때 맞는 행동이었는지, 아닌지는 직접 복기해보시라고, 그럼 대부분 후회한다고 말해요.”

 

그는 경험으로 감정이 상할 만한 상황을 대처하는 법을 익히게 되자 일희일비하지 않고 즐거움을 유지하는 게 수월해졌다. 모든 일은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그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도 많다. 교통정리를 하다 보면 거리 상황에 눈이 밝아질 수밖에 없는데 한번은 아침부터 이십만 원을 주웠는데 바로 우체국으로 가 돌려줬다. 동네 어르신이 실수로 돈을 떨어트린 것이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 자그마한 보람들이 모이다 보니 8년이 순식간에 흘러 있었다. 그는 시골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제 부모처럼 대한다. 무거운 짐을 들고 힘들게 가는 어르신들을 지나칠 수가 없다. 대단한 성의도 아니고 당연한 배려와 선한 인품으로 일을 연속한다. 고마웠다는 인사와 커피 한잔 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은 충만해진다.

 

상가 앞 복잡한 교통을 정리하다 보면 공통된 아쉬움이 발견된다. 주차 문제는 도시뿐만 아니라 어느 시·군에서도 숨 쉬듯 당연하게 따라온다. 더구나 요즘은 한 집마다 차 두 대는 기본으로 있기에 점주들이 모여있는 상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주차는 차가 많을수록 번잡함을 느끼게 되는데 한 점포당 차를 세 대 소지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출근하는 분들을 제외하고 그 가족이 차를 따로 타고 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별일인가? 할 수도 있지만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원인 중 하나다. 그의 소박한 바람은 먼저 상가 점주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선행해주길 바란다. 상점당 차 한 대씩만 줄여도 지금의 문제들이 반으로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영업용, 출퇴근용을 구분하지 않고 통일된 차 한 대로 출근하게 되면 함평읍 교통이 덜 밀리고 이동이 수월해질 것이다. 일하며 인지하게 된 도로교통 문제로 파생되는 진심 어린 염려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 대안이 생각난다.

  

이 문제는 개인이 스스로 지켜야 하지만 군에서 행동을 유도하는 홍보를 병행하면 빠른 긍정적인 분위기 확산에 도움을 줄 터다.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자차로 이동하는 것마저 제한하게 되면 권리침해로 반발을 살 수는 있지만 반대로 작은 배려들이 모여 변화의 물결을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용기 역시 사회 구성원의 마음 깊숙이 있다. 조금의 희생으로 양보하는 것, 선량함은 강요할 덕목은 아니지만 편리함 추구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세상을 지탱하는 질서는 점차 무너진다. 당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차 사용을 줄임으로써 교통질서가 움직이는 나비효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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