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다면 정양마을, “예술의 끼 살려 마을에 興을 불어 넣어요”

모상준_화양1리 이장

조영인기자 | 입력 : 2024/03/04 [09:40]

 

함평군 엄다면 정양마을은 수산의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목포부 신로면에 속했다. 함평읍 수호리 곤봉산 줄기를 따라 연화봉을 뒤로 하고 앞에는 수산봉이 위치한 아담한 마을로 옛날부터 인심이 후하다고 전해진다. 정양마을 이장인 모상준씨의 성을 빌려 보면 예전엔 씨 성촌으로 생각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이었다. 현재는 김씨, 이씨, 곽씨 등 다양한 성씨가 어울려 사는 마을이다. 화양리 정양마을은 신로면의 구산 행정촌 전역과 정양, 농은, 쌍천, 중양과 엄다면 천동, 화정, 그리고 함평군 기성면 수산 각 일부를 합해 화정에서 , 정양에서 자를 따서 이명을 화양이라 정했다. 함평군 엄다면으로 편입된 정양마을은 화양리에서 중양과 방죽안과 함께 3개 마을로 구성되어 본 행정 구역인 화양2리로 불린 유래를 지닌다.

 

정양마을에는 45가구에 해당하는 84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시골에서 보기 드문 초등학생 주민도 2명이나 있다. 예로부터 물맛으로 유명세를 떨칠 만큼 수질이 뛰어난 우물이 있어 마치 고로쇠 물 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정양마을까지 와서 물을 길러 갈 정도로 나름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명성이 난 우물이었다. 지금은 유리케이스로 덮어 낙엽들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두었다.

 

또한 짚공예 기능인 장정기씨 한 분이 현존해 계신다. 짚공예는 일일이 볏짚을 꼬아 만드는 작업 방식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보기 힘들다. 그는 마을에서 초가집 지붕, 울타리, 멍석 등을 짚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능 보유자이다. 짚공예 시초는 정양마을 정양노인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의미한 윷놀이, 화투놀이에 회의감을 느낀 마을 어르신들이 노인회를 조직하고 짚공예를 시작했다. 농촌에서 필요한 짚신과 맷돌 방석, 삼태기, 소쿠리를 만들기 위해 볏짚을 꼬면서 조상들의 슬기와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되살렸다. 정양 마을에 짚공예 기능사가 많이 포진돼 있었지만 내부적 상황들과 고인이 된 어르신들이 증가하면서 한 분만 잔류한 상황에 도래했다. 무형문화제 본보기가 되어 준 기능인의 기술을 계승하기에는 중간 매개체 세대의 부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기능인 전승 문제는 국소적인 측면만 보고서 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 (좌)정양마을 입구에 세워진 무대는 전국 어디에도 흔하지 않을 마을에서 직접 만든 무대이다.  (우)옛날 흥이 있고 멋이 있는 마을, 그런 마을의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을이장 모상준씨의 열망이 마을 무대에서 공연으로 펼쳐졌다.  

 

젊은 이장 모상준씨는 1966년생으로 흥이 많은 정양 마을로 탈바꿈하는 밝은 기운을 끊임없이 주유하는 인물이다. 기타 연주를 즐기는 그는 ()한국연예인협회 함평지부 소속으로 이십 대 초반부터 음악 활동을 하였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병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유언에 따라 홀어머니를 모시겠다는 효심으로 함평으로 내려왔다. 귀촌한 지 벌써 12년 차에 접어들며 정양마을 이장직을 수행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여전히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출하기 위해 인근 무안에서도 종종 기타 연주 활동을 한다.

 

모상준 이장은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앞서 언급한 행정구역에 관한 유래를 회귀해 보면 어딘가 단절된 듯한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이장 선배들이 마을 발전으로 귀결한 혜택적인 부분은 웬만해서는 이루었다. 보완하여 그가 특화된 쪽으로 마을을 활성화하는 방도를 마련했다. 상대적으로 문화적인 교류가 적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고, 정양마을은 예로부터 흥이 있고 화합도 잘되는 곳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잡았다. 한해 농사가 끝나면 농악으로 흥을 분출하고 명절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콩쿨대회를 개최한 어린 시절 기억이 한켠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즐거움은 옛말이 되었다. 잊고 살던 풍류를 부활시키고 주민들에게 연대감을 선사할 만한 행사를 만들기를 결심한다. 마을 청년회(수화정)와 상의 끝에 무대를 마련했다.

 

주민 대다수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해 본 적 없는 분들이에요. 당연히 문화예술 관람 경험도 없으시죠. 우리 마을은 건강 보조기를 사용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런 주민들이 어딘가로 이동해서 공연 관람을 하는 것은 실상 어렵죠. 그래서 저는 마을에 무대를 직접 마련해서 오로지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정양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연령대를 보면, 50대 중반에 접어든 막내가 있어도 대부분 어르신이고요... 그분들은 마을을 나들이하는 개념으로 산책하는 게 유일한 일상의 즐거움이셔요. 일상생활 범위 내에 무대가 있으면 충분히 눈요깃감이 될 수 있어요. 동네 분들이 건강을 챙기시고 더 자주 회관으로 나오셔서 같이 활동하면 어떨까 싶었죠. 앞으로도 건강한 에너지를 보충해 줄 수 있는 이벤트의 진행 빈도를 늘리겠습니다.”

 

지난 해 10, 청년회 주관으로 주민화합 도모, 마을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해 일명 동네엿보기란 타이틀로 개최한 행사를 성황리로 이끌었다. 40년 만에 마을에서 음악 소리가 울리는 풍경을 자아냈다. 정양마을 모상준 이장의 색소폰 공연을 시작으로 모듬북, 마을주민 노래자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상준 이장을 제외하고는 마을 분 대부분은 처음이거나 오래만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는 이들이다. 마을주민들이 모여 나이라는 편견없이 흥겹게 가을날의 축제를 즐긴 날이다. 이 행사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돈독한 우의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행사를 꾸준히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을 음악회는 청정전남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일환으로 조성된 나들이공원에서 개최됐다는 지점이 큰 의미를 시사한다. 정양마을의 큰 성과로 분류되는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마을 환경을 정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3년간 추진되는 사업으로써 대미를 장식할 만한 시점에 접어들어 주최한 행사라는 점이 다음 정양 마을의 행보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마을 주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화단, 쉼터, 소공원 등을 조성했으며, 마을경관 개선에 혁혁한 성과를 보여줬다. 2020년부터 마을의 입구인 자투리땅을 마을주민이 모여 꽃을 심고, 그네와 무대를 만들었다. 하트 모양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친환경 태양광 조명이 사용되었는데 빼어난 야경을 관람하게 한 요소이다.

 

정양마을은 함평 엑스포공원 인근에 있는 마을로써 엑스포 개최와 맞물려 지어진 3개의 민박동이 마을 주수입원으로 활용된다. 마을이 읍내와 가까운 거리에 속하고 책정된 가격이 월 15만으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외부 사람들 유치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향후 계획은 마을 특산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습니다. 엑스포 당시 마을주민들이 향토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서 꽤 인기가 좋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미숙한 부분까지 보완해서 명성을 재연해 볼 생각입니다.”

 

정양마을 모상준 이장이 추진하는 일에 힘을 실어주는 마을 청년회 수화정의 공력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에 조직되어 1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수화정은 고령화된 마을 발전을 위한 봉사 활동에 헌신하는 이들이 소속된 청년 단체로 소개할 수 있다. 마을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어버이날 행사, 삼복(초복, 중복, 말복) 행사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청년회와 함께 주관한다. 이들은 각종 행사 주최 시 마을 청소는 물론 일상 전반에서 독거가정 안부 살피기, 마을단체 예방접종(코로나, 독감), 노인들이 집에서 혼자 못 하시는 일들을 일사천리로 도와드린다. 이밖에도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고서는 선크림 사용은 커녕 항상 햇빛에 노출된 어르신들의 피부미용을 위해 마을 회관에서 마스크팩을 나눠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했다.

 

 

모상준씨가 몇십 년을 다룬 악기인 기타는 개인 악기로 혼자서 연주해도 충분히 흥겨운 선율을 선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악기가 어우러질 때 전달되는 풍부한 하모니가 주는 감동은 더 깊이 박힌다. 한 마을의 이장은 결코 방에서 기타를 연습하듯 혼자만의 세계에 빠질 수 없다. 그는 마을 주민 대표로서 마을 발전에 힘써 음악에 대한 조예를 녹였고 마을 경관 조성을 통해 결과물을 이끌고 증명했다. 정양마을은 막 가락을 떼는 일을 재개했으며 동시에 다른 사업 공모ㆍ유치에 대한 새로운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기세를 이어 사명을 갖고 주민과 마을 청년회, 모두와 결심육력(結心戮力)하여 지자체와 행정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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