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부터 이미 함평 정착…“이장직은 인생의 첫 도전”

김영주_해보면 이장단장

조영인 기자 | 입력 : 2023/11/16 [18:23]

 

▲ 김영주_해보면 이장단장    

 

함평천지로타리클럽 3710지구에서 지역 봉사활동 시작

현재 해보면 이장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단장의 고향은 광주 평동이다. 해보면에 처가가 있다. 국토정보공사 지사장으로 광주 전역과 고흥, 장성, 함평군을 통합 총괄·관리하는 지사장으로 퇴직했다. 그는 항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도우며 지역사회에 공헌해야겠다는 신념을 펼치고 살아왔다.

 

퇴직 직전부터 이미 해보면에서 거주하면서 광주로 출퇴근했다. 직장생활로 하루가 바쁘다 보니 해보에 거주는 하고 있었으나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도 계속 신경의 안테나를 살피고 살 여유는 없었다. 항상 지역사회에 공헌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사회적 직무를 수행해 온 그에게 같은 소신을 가진 분들의 이장단장 출마 제안이 있었고 깊은 고민을 한 후 한 발 더 내딛는 용기를 감내했다. 여러 번 고사한 일이지만 그를 믿고 손 내밀어준 주변 지인들의 손길을 계속 거절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 듯 느껴졌다.

 

제가 고사한 이유는 성격상 지금껏 뒤에서 해왔던 것을 굳이 노출 시킬 필요가 있나? 처음에는 천착된 개인적인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면 나눔의 손길을 나누기 수월하고 앞장선 이들로 인해 연쇄되는 고무적인 결과가 상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4년 전 그가 사는 마을 용산 1리가 용산 5리로 불가피하게 분구가 되었다. 분구된 마을에서는 초대 이장이 필요했고 당시 거론된 몇 후보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속했던 그에게로 소임이 돌아간 것이다. 급작스럽게 맡게 된 초대 이장직이지만, 오랜 직장생활로 연마한 행정 경험이 토대가 되어 고객의 니즈, 즉 마을 주민들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캐치하고 눈높이에 맞춰 상대할 만한 적합한 인물일 거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예기치 못한 기회로 이장을 맡았지만, 인생 첫 도전이나 다름없으니 차근차근 맞춰나가야 했다. 마을 주민이 이장에게 갖는 기대감, 그들의 요구 조건은 거시적으로 볼 때 마을의 유구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간단한 해결 능력이 오히려 빛을 발할 때가 많았다. 실제 생활에서 어르신들이 겪는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 상시적으로 대비할 줄 알아야 하는 섬세하고 빠른 대처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마을 주민분들은 대부분 고령에 가까운 어르신들이에요. 그분들이 원하는 이장 눈높이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TV이 안되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제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세요. 전기 코드가 이상일 수도 있고 요즘 리모컨은 신형이 많아서 작동 방법이 까다롭잖아요. 비교적 젊은 저희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채널 돌리다가 혹여 외부 입력을 잘못 누르면 안 나오는 경우도 많고 참 여러 문제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해결해주는 사소한 경험들이 더 중요한 듯해요.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해드려야 이놈 일 잘한다. 하는 이치인 거죠.”

 

첫 이장 경험의 부족함을 방패로 삼는 것은 그의 성격이 아니다. 자기만이 펼칠 수 있는 차별화된 믿음직한 이장의 면모를 보이고 싶었다. 그는 사비를 들이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마을 분들을 모신 후 뷔페 식사를 대접했다. 비교 우위를 선점하려고 벌인 일이 아님에도 비교 대상이 되어 좋은 평판의 예시가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이 괜히 판을 벌인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저 마을을 위해 하는 일이었지만 타인의 눈에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염려와는 다르게 성황리에 일을 마무리하는 결과가 점층 되어 이례적으로 16개월 만에 이장 단장을 맡게 된다. 초대 이장이었던 그는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이장이며, 2년 차에 접어든 이장단장이기도 하다. 단장직의 시작일부터 각 마을별 이장님 댁을 직접 방문했다. 해보면에는 총 26개 리, 32개 노인당이 있다.

 

그는 먼저 이장들이 거주하는 마을 환경 실태를 파악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살피는 것을 선행하고자 했다. 이 마을은 농사를 주로 하는 마을인지, 혹은 장비 이용에 최적화된 마을인지 그 외로 다른 역량을 지닌 마을인지 우선 파악하는 것이다. 넓게 보면 해보면 이장단 협의회의 운영 주요 목표이기도 한 3가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부고객(마을 거주민)의 만족도 고취, 사회단체와 공동체 형성, 농촌문화 활성화 토대를 구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록 자의로 맡게 된 임무는 아니지만 책임감의 무게는 마을 주민들이 쥐어 준 이상 완벽히 수행하고 싶었다. 발견되는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장들 선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감행한다. 작년 4월에는 해보면 대청소의 날을 지정하여 이틀간 각 마을별로 쓰레기를 수거 후 해보면사무소 옆 공동홈센터 공터에 취합했다. 8t 트럭으로 25대 분량이 나올 정도로 10년 묵은 마을 곳곳의 적치된 폐기물을 해결한 거사를 치뤘다. 이장들끼리 먼저 사각지대에 있던 간단한 쓰레기를 처리한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이 나오자 마을 자체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었고 급히 군에 협조 요청을 하여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협조 요청이 이뤄지자 부군수님이 마을에 방문하셔 상황을 파악하고 청소과장과 각 마을 이장분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무려 일주일이 지속되는 동안 쓰레기를 처리했다. 마을의 정돈된 인상은 물론 지금도 주민들이 그 일에 대해서 한 번 더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는 부분 중 하나일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공헌이다.

 

어떻게 보면 애써 외면하고 살수도 있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이끄는 것은 눈에 띄는 성실함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는 일이다. 마을 곳곳에 숨어진 적치된 폐기물을 처리하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한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

 

김영주 단장은 항상 우리 지역에 지역민들이 뭐가 필요한가?”를 먼저 찾는 것을 우선한다. 하다못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는 등산로 길을 찾든지, 주민들의 생활 반경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더불어 무작정 행정에 문을 두드리기 보다 26개 리의 이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해본 후 실행 가능한 일에 대해서만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행한다. ·관의 협력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대포로 들이대는 것보다 의견을 성공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점차 키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인구 고령화가 특징인 시골 마을에서 노인의 날 행사는 큰 행사로 분류된다. 그 행사 지원만큼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일념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이 원활하지 못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26개 마을 노인당에 사비를들여 떡을 한 박스씩 제공하며 모두가 즐거운 행사를 마무리했다.

 

마을 어르신 장수사진 무료 촬영은 필수 행사이기도 하다. 함평천지로타리클럽에서 후원하고 해보면 이장단에서 주관하여 70세 이상 참석자 어르신들에게 점심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 미장원 연계 협조로 머리 손질, 화장, 깔끔한 손 관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저희는 매달 9개 읍면 이장단장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서로 발견한 우리 지역에 내 문제점에 대해 각 면은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강구합니다. 해보면은 산악지역이 많아서 겨울에 눈이 오면은 제설 작업이 가장 문제입니다. 작년에는 제설 장비를 사용하면서 사람이 다치기도 했어요. 위험을 동반하는 일에는 보다 더 제도화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는 문제를 인식했어요. 이런 점을 고려하여 금년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후 작업을 착수했으면 합니다.

 

덧붙여 6-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파크골프장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재정이 튼튼하면 고민할 문제가 아니겠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긴 해요. 그럼에도 해보면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개설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장은 어르신들에게는 단순한 운동 장소의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노인들이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생성할 수 있는 제2의 사회화 공유의 장이기도 해요. 저는 단장으로 책임을 갖고 다양한 방면으로 꾸준히 의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영주 이장단장은 개인적인 욕망에는 관심이 없다. 오롯이 내가 거주하는 마을 주민이 더 행복을 향유 했으면 좋겠고 이는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의 발현을 위해 자신이 소유한 역량의 최대치의 지식을 공유하고 행동하는 선의의 마음일 뿐이다. 그럼에도 조금의 욕심을 녹여보자면 해보면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에 조금 더 애정을 갖고 민·, 사회단체와 손발 맞춰 으쌰으쌰하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부흥되길 원한다. 그 이면에는 시대가 변하고 세대마다 갖는 특징이 다변화되어 자의로 행하는 일이 아닌 이상 희생과 손해를 지양하려는 현시대의 모습에 안타까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장은 나무보다 숲의 형태로 살필 수 있어야 하기에 마을 주민들이 공익을 위해서 극소의 희생을 살짝만 눈감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함평군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조금의 양보가 합쳐지면 각 마을 이장들이 더 힘내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유동인구 유치를 위한 권역별 인프라 구축목표를 향해 달리는 시간이 덜 숨 가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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